[1]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
우리나라 사람치고 위의 말을 모르거나 한번쯤 써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위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대인관계에서 대단히 협상지향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싸움은 말리고"라는 말에서 남의 분쟁이라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태도를 볼 수 있고, "흥정은 붙여라"는 말에서도 남의 거래에까지 개입하려는 태도를 볼 수 있으며, 이 두 말은 결국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어떤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인관계에서의 처세술의 기본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처세술을 몸에 익혀왔기 때문에 우리가 어려운 경제 여건에 불구하고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세계경제의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즉, 어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하여 우리가 상대방을 얼마나 융숭하게 대접하는지 "술상무"라고 하는 직책이 생겨날 정도인 것입니다.
이와 같이 외부의 고객에 대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흥정을 하고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자세가 내부의 고객과의 거래, 즉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전혀 반대의 자세로 돌변하는 것은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며, 당연히 그 결과 또한 양쪽이 다 만족하기보다는 한쪽이 불만을 갖고 끝나기 때문에, 또 다시 적대적인 방법으로 상대를 대할 수밖에 없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의 노사관계가 거칠어지고 악화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노사간의 거래라고 할 수 있는 단체교섭에 있어서 협상의 원리나 기술이 전혀 적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노조의 지나친 요구는 무조건 들어줄 수 없다"고 하는 사용자의 태도나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는 물러설 수 없다"고 하는 노조의 태도는, 단체교섭이라고 하는 거래 또는 흥정에서 진실로 바람직한 결과를 얻어내려는 태도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단체교섭에 있어서 양측이 협상의 원리와 기술을 적용하여 우호적인 과정을 통하여 양측이 다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면, 우리가 안고 있는 노사관계의 거의 모든 문제들이 가장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누구나 수긍하는 사실이지만, 막상 노사 양측이 교섭에 임했을 때 어떠한 협상의 원리와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협상의 원리와 기술에 대하여 협상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몇 가지 견해들을 소개함으로써, 노사 당사자들 특히 교섭의 담당자들이 단체교섭에서 적용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할 때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는 말이 우리 노사관계에도 그대로 실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입장협상에서 원칙협상으로
서울대학교의 이달곤 교수가 쓴「노사협상전략」에서는 협상의 종류를 입장협상과 원칙협상으로 나누면서, 새로운 협상전략으로서 입장협상이 아니라 원칙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입장협상이란 협상당사자가 자신의 처지나 자신의 상황판단에 의거하여 협상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이해만 극대화하려는 제안에 집착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협상을 의미하며, 이에 반하여 원칙협상은 자신이 처해있는 입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의 실제적 대상인 이해관계 자체에 초점을 맞추며 쌍방의 이득을 고려한 대안들을 개발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합리적인 결과를 산출하는 협상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원칙협상의 과정에서는 협상당사자가 대립적이거나 적대적이 되기보다는 마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팀(team)과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입니다.
그 책에서는 입장협상에서 원칙협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평소의 신뢰관계 형성 및 유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하며, 협상에 대한 교육과 사례 연구 및 모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한 실제의 협상과정에서는 실제의 협상대상사항과 어떤 상징적인 신조나 원리는 분리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임금협상에 있어서 임금인상기준을 생산성에 맞추는 것이 옳은가 생계비에 맞추는 것이 옳은가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은 결국 입장협상을 하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며, 결국 협상이 지연되거나 결렬되는 수가 많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그러한 논쟁이 계속되어야 할 경우에는 공식적인 협상테이블에서가 아니라 비공식적인 장소와 시간을 마련하여 충분한 의견들을 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협상과정에 있어서 여러 가지의 협상의제 중에서 의견의 대립이 약한 것부터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방식(step-by-step 또는 issue by issue)"으로 접근하는 것이 신뢰를 형성하면서 협상을 진행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특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한편 협상이 긴장상태로 되어 결렬의 위험이 있을 때에는, 어느 당사자가 먼저 조그마한 양보를 하고, 상대방이 그에 상응하는 양보를 하게 함으로써 긴장을 감소시키는 방법도 제안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노사관계에서는 한 쪽이 양보를 하는 것을 마치 항복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끝까지 밀어붙이고자 하다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버리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따라서 상호양보의 교환에 의한 긴장의 완화와 신뢰심의 형성은 대단히 실용적인 협상기술이라고 할 것입니다.
[3] 협상에 있어서의 황금률(Golden Rule)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의 원칙은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황금률(Golden Rule) 이라고 일컬어지는데, 바로 이 원칙이 협상에 있어서의 상호성의 원칙(reciprocity principle)으로서 가장 강조되어야 할 원칙이라고 이달곤 교수는 설명합니다.
예수의 산상수훈에서 언명된 이 원칙은 공자가 "네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고 한 원칙과 그 본질적 의미는 비슷한 것이지만, "먼저 대접하라"고 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인 원칙협상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며, 사실 인생살이 전반에 걸쳐 필요한 원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호성의 원칙을 협상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는 협상대표의 신분에 관한 논쟁을 피하는 것이나 그들의 신체적·정신적 안전을 보호하는 것, 예비교섭 등에 의하여 합의된 의제를 존중하는 것, 부분적인 합의도 존중하는 것, 상대의 결정에 여지를 줌으로써 의사결정을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즉 될 수 있는대로 "최후통첩"이란 강압적인 방식을 쓰지 않는 것, 상대방의 양보에 호응하는 것, 교활한 거짓을 삼가고 감정적이고 무례한 행동을 피하는 것, 합리적이고 순조로운 협상과정을 진행하는 것 등의 협상의 기술들을 구체적으로 노사 쌍방이 이해하고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4] 배분적 협상에서 통합적 협상으로
동국대학교의 김영종 교수는「노사문제 이렇게 푼다」라는 책에서 협상을 배분적 협상과 통합적 협상으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단체교섭이나 임금협상에서 통합적 협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에서 배분적 협상이란 협상의 한 쪽 당사자의 이익은 다른 당사자에게 손해가 된다고 하는 이른바 제로섬 게임 (zero sum game)의 원리에 입각하여 진행되는 방식의 협상을 의미하지만, 이에 반하여 통합적 협상은 협상의 당사자가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양자에게 모두 좋은 대안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진행하는 방식의 협상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배분적 협상은 앞에서 설명한 입장협상과 같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지만, 통합적 협상에서는 앞에서 설명한 원칙협상에서와 같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으로 협상을 진행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
이와 같은 통합적 협상은 노사공동승리를 위한 교섭이라고 하면서 위의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협상의 기술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긴장완화와 감정의 조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머감각을 살리거나 상대방의 감정토로를 막지 말고 그대로 들어주는 것, 또한 흥분상태의 당사자를 당분간 분리시키는 것, 상호관계 개선을 위해 먼저 조그만 양보를 내놓는 것 등의 구체적 기술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둘째, 커뮤니케이션의 정확성을 제고해야 된다고 합니다. 즉, 상호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역지사지"의 기술을 활용해야 합니다.
셋째, 이슈(issue)를 통제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즉 협상에서 다룰 이슈의 수나 그 다루는 순서를 예비교섭에서 정해놓거나, 교섭담당자의 수를 제한하기도 하고, 이슈의 내용으로 될 것을 구체적으로 서술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넷째, 공통성의 기반을 확립하고 매력적인 대안을 개발해야 한다고 합니다. 즉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어야 하며, 또한 이러한 대안은 형평성과 합리성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입니다.
[5] WIN-WIN 협상과 창조적 협상
앞에서 살펴 본 두 교수의 견해에 바탕을 제공한 수많은 협상 이론들이 이미 수많은 문헌에 제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중에서 이해하기 쉽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견해들을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
우선 Philip I. Morgan은 "WIN-WIN 협상에 의하여 갈등을 해결함"이라는 논문에서 앞에서 살펴본 통합적 협상을 WIN -WIN 협상이라고 하면서 우선 WIN-LOSE의 사고방식을 버리라고 충고합니다.
즉, 노사 모두가 공동의 승리자가 될 수 있는 WIN-WIN협상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승리는 다른 쪽의 패배라고 하는 WIN-LOSE의 사고방식을 배제하고, 상호경쟁적이기보다는 협조하려는 자세로 전환하여야 하고, 각자가 상대방의 합법적인 권리를 인정하며, 상호신뢰심이 형성되고 유지되도록 처신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계속하여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협상의 자세로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첫째, 협상에 대하여 철저한 준비를 할 것,
둘째, 목표를 정하고 그 우선순위와 양보의 범위를 정할 것,
셋째, 객관적인 원칙들 예를 들면 공정성이나 상호성 또는 형평성과 같은 원칙들을 준수할 것,
넷째, 자신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명백히 밝히고, 상대방의 말을 적극적으로 청취하여 상대방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명백하게 이해할 것,
다섯째, 합의된 사항들을 정리하고 기록하여 그 결과를 확실하게 하여 둘 것 등입니다.
다음에 Cordon Shea는 "창조적 협상"이라는 논문에서, WIN-LOSE 협상은 패배한 당사자의 불만이 남아 있음에 따라 그에 대한 보복적 행동을 하게 되고 결국에 가서는 당사자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되는 LOSE-LOSE협상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기술"이라고 하는 전통적인 견해를 배척합니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서도 WIN-WIN 협상에 의한 갈등해결의 방식이야말로 건전하고 생산적인 기술이라고 평가되며 이를 "창조적 협상"의 원칙이라고 표현합니다. 창조적 협상은 결국 당사자 모두의 유익을 위한 대안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협상을 바라봄으로써, 협상의 장이 생존투쟁의 정글(jungle)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당사자 모두에게 번영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기회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
이 "창조적 협상"의 과정에서는 문제들이 당사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하는 방식으로 제기되며, 그에 관련된 사실들을 수집한 후 여러 가지 해결방안들을 특히 브레인 스토밍(brain storming, 당사자들이 여러 가지 대안을 비난이나 평가받음이 없이 자유롭게 제시하는 과정)과 같은 절차를 통하여 제시하고 모든 당사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해결방안을 선택하며, 그 대안의 실천방안을 강구하고 그 결과를 예측하여 보고 필요한 경우 다시 조정하는 순서로 해결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와 같은 "창조적 협상"의 과정이 당장 실천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워 보이지만, 만약에 노사간의 단체교섭이 이러한 방법에 의하여 실현된다면 전체적인 기업문화가 새롭게 조성되고 조직구조에까지 의미심장한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부가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6] 효과적인 협상을 위한 열 가지 지침
Joseph F.Byrnes는 위와 같은 제목의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효과적인 협상의 지침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협상을 위하여 철저히 준비할 것.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과 그 근거를 철저히 준비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자료수집이 행해져야 한다고 합니다. 상대방의 요구를 예측하고 그 근거를 예상하는 것도 중요한 준비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둘째, 사람마다 가치관이나 인식체계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할 것. 우리 자신이 우리를 판단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우리를 판단하는 것이 보통 다르다는 점을 깨달을 때, 우리는 상대방의 입장을 좀더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셋째, 상대방을 코너(corner)로 몰지 말 것. 권투에서 코너에 몰린 선수는 흠씬 두들겨 맞든지, 아니면 거기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치열한 자세로 대어듭니다. 협상에서 상대방을 이런 입장으로 몰아가면 결과는 교착상태가 되고 말 것입니다.
넷째, 창조력과 상상력을 동원할 것. 앞에서 살펴 본 "창조적 협상"의 원리를 응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겠지요 .
다섯째, 침묵의 위력을 깨달을 것. 협상에서는 너무 많이 떠드는 쪽보다 오히려 침묵을 지키고 있는 쪽이 더 유리할 때가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술을 활용하여야 하며 적극적인 청취에 의하여 상대방의 요구와 주장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섯째, 요구조건을 상호 교환할 것. 협상에 있어서 자신의 요구조건을 하나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요구조건을 하나 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구조건과 그렇지 않은 요구조건 사이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상대방의 요구조건에 대해서도 우선순위를 예측해봄으로써, 자신의 덜 중요한 요구조건이 상대방의 더욱 중요한 요구조건과 교환될 수 있도록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곱째, 상대방이 동의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 상대방의 동의가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그의 결정을 칭찬하거나 그 결정의 유리한 점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상대방이 더욱 쉽게 동의에 이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여덟째, 기록으로 남길 것. 협상결과를 공식적인 문서의 형태는 아니지만 명백한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그 과정과 최후의 결과에 대하여 만족할 수 있습니다.
아홉째, 마감시한을 정할 것. 협상이 지나치게 지연된다거나 의제와 관련 없는 사항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협상의 마감시한을 정해두는 것이 효과적인 협상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열째,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를 예상할 것. 유능한 협상가는 언제나 이러한 최악의 경우도 예상하고 있으며, 그러한 경우에도 감정적으로 처신하는 것이 아니라 결렬의 원인을 다시 분석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새로이 제시하려고 할 것입니다.
[7] 막후협상의 활용
이상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제시한 협상의 원리나 기술을 활용할 때, 우리의 단체교섭도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고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제가 노사당사자들에게 상담이나 강의를 통하여 강조하고 있는 협상의 가장 현실적인 기술로서, 막후협상의 활용에 대하여 설명하겠습니다.
막후협상이라고 하면 우리 노사관계에서는 대부분이 무슨 매수나 협잡을 떠올리게 되고 이에 대하여 특히 노조원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협상의 현실적 측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라고 생각되며, 여기서의 막후협상은 어떤 부정한 거래에 의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당사자 사이의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의 창구를 통한 타결"을 의미한다는 점을 이해하여야 할 것입니다.
막후협상이 이와 같이 공식적인 협상테이블에서는 털어놓을 수 없던 서로의 요구조건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최후의 양보 선까지 서로가 후퇴할 수 있는 신뢰심에 바탕을 둔 협상의 과정이라고 이해한다면, 사실상 수많은 협상들이 이러한 막후창구에서 실질적으로 타결되고 공식석상에서는 그 합의를 확인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밟는 것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따라서 단체교섭에 있어서도 교섭이 공식적으로는 결렬되고, 심지어 쟁의행위까지 일어났다 하더라도 노사 모두는 막후창구를 열어 놓고 계속 교섭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막후창구는 그야말로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상대가 만나야 할 것이므로, 평상시의 노사관계에서부터 인간적인 신뢰심을 형성해 두는 것이 교섭에는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그러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유의할 것은 그러한 막후교섭에서 절대로 부정행위가 저질러지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막후창구를 담당한 사람들에게 분명한 요구사항과 양보사항을 알려 주어야만 할 것입니다. 어느 정도 유능한 막후창구 담당자에게는 타결의 전권이 위임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노조가 평상시에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이러한 막후교섭에 대해 노조원들이 오해하거나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을 것이므로, 노조집행부는 이 점에 대해서 유념하여야 하며 막후교섭의 결과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신속하고 솔직하게 노조원들에게 알려줌으로써 오해의 여지를 불식시켜야 할 것입니다.
[8] 제3자의 활용
협상, 특히 단체교섭에 있어서 제 )자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대단히 유용하다는 점은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예화에서 제3자의 역할이 어떤 것인가를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형과 아우가 빵을 나누어 먹는 것에 대하여 서로 다투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얼른 생각하기에는 누가 더 많이 먹을 것인가를 놓고 다툴 것 같지만, 사실은 누가 자를 것인가를 가지고 다투게 되는 것입니다. 서로 자기가 자르겠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들이대겠지요.
이 때 어머니가 와서 직접 빵을 잘라 나누어주었다면 형과 아우가 모두 만족할까요? 아마 만족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남의 떡이 크게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또 어머니의 주관적인 생각에 따라 형이나 아우 어느 쪽에게 더 많이 나누어주게 된다면 다른 한 쪽은 그냥 떼를 쓰거나 입이 쑥 나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어머니가 다음과 같이 처리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빵을 누가 자를 것인지를 가지고 다툰다 말이지. 그래, 그러면 형이 빵을 자르도록 해라. 그러나 선택권은 아우에게 있다"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형은 그야말로 자를 댄듯이 똑같이 자를 수밖에 없게 되며, 형이나 아우나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게 될 것입니다
바로 우리의 노사관계에서는 이 어머니와 같이 노사간에 배분을 직접 해주는 제3자가 아니라 노사간에 공정한 배분을 위한 규범을 정해주는 제3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역할을 유능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제3자가 있다면, 우리의 노사관계가 언제나 그렇게 치열한 대결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별 노사관계를 합리적으로 형성하는데 있어서 당해 기업의 특성과 노사판계의 특성을 이해하고 노사 모두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제 3자에 의하여 교섭이나 분쟁이 조정될 수 있는 제도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이런 유능한 인사들이 드물고, 또한 소위 "제3자 개입금지"라고 하는 규정 때문에 그러한 도움을 받는데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협약의 내용이나 회사의 경영상태 등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나 조언을 받는다든가 쟁의발생시에 법에 규정된 "임의조정인"을 활용한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제3자를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9] 단체교섭은 반복되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협상의 기술들만 활용하다면, 이제 단체교섭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겠다고 자신하는 노사당사자들이 있다면 다행스럽기는 합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위의 기술들을 다 적용한다고 하여 언제나 단체교섭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는 보장은 없는 것입니다.
결국 단체교섭의 성공의 요건은 노사가 상호신뢰심을 돈독히 하고 타당한 윤리성을 서로 지켜나가는 것이 기반이 되는 것이므로, 평상시에 상호신뢰심과 윤리성의 바탕을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앞의 장들에서 논의한 것들을 실천해야만 할 것입니다
또한 한번의 협상이 또는 단체교섭이 성공이나 실패로 끝났다고 해서 다음 번의 협상도 그러하리라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또 다시 시작되는 협상의 과정에 대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노사관계에서 협상, 즉 단체교섭이 얼마나 반복되어야 우리의 노사관계가 합리적인 궤도 위에 올려질 수 있을지는 노사 양측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가 그 시기를 당기면 당길수록 노사는 "한 집안의 호랑이 두 마리"로서 본래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고, 서로가 좋은 짝지로서의 자부심과 좋은 짝지와 함께 일한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반복되는 과정인 단체교섭에서 노사 모두가 승리자가 될 수 있도록 원칙협상과 통합적 협상과 WIN-WIN협상과 창조적 협상의 원리와 기술을 더욱 연마하고 실천할 것을 충심으로 권해드립니다.
|